티스토리 뷰

최근 개봉하여 파죽지세의 흥행 속도를 보이고 있는 화제작 <파묘>를 보았습니다. 이러한 스산한 느낌의 영화는 <곡성> 이후로 오래간만이었던 것 같은데요.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잘 결합해 가장 한국적인 색채의 오컬트 장르 영화를 만들어낸 것 같더군요. 특히나 초반부에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장재현 감독의 연출력은 탁월했던 것 같은데요. <검은 사제들>, <사바하> 등의 전작들에게서 보인 장르적 재능이 이번 영화에서 만개한 듯 보였습니다. 이번 영화에서 보여준 연출력으로 헐리우드에서도 비슷한 장르의 영화로 연출 제안을 받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.

 

 

 

 

영화는 미국 LA에서 무당 화림과 봉길이 기이한 병에 대물림 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나면서 시작되는데요. 화림은 이 병의 원인이 조상이 묻힌 묫자리에 의한 것임을 직감하고, 파묘를 통한 이장을 권하게 됩니다. 그리고 최고의 풍수사인 상덕과 장의사인 영근을 합류시키려고 합니다. 이 과정에서 상덕은 의뢰인이 말한 묫자리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임을 본능적으로 느끼고, 화림의 제안을 거절하죠. 하지만 화림의 계속된 설득에 상덕은 제안을 받아들이고, 파묘를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진행이 됩니다. 이 영화는 원래 2023년 11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, 2024년 2월로 연기되었다고 합니다. 그리고 손익분기점은 대략 330만 명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요. 현재의 흥행 추이로 볼 때 손익분기점은 물론이고 천만 영화 클럽에서도 등극할 수 있을 듯 보이네요.

 

 

 

 

개인적으로 영화를 볼 때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건 이야기의 몰입도인데요. 이야기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흡입력 있고, 몰입감을 선사하는 서사진행이야말로 최고의 스토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.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, 영화의 초중반부까지의 몰입도는 근래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최고가 아니었나 싶은데요. 장르 구성에 최적화된 감독의 연출력과 미장센, 여기에 음산한 느낌의 사운드가 더해지면서 극의 긴장감과 공포감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 것 같았습니다. 누군가는 중반 이후 서사 진행의 급반전으로 맥이 풀린다는 말도 하지만, 개인적으로는 후반부 전개도 좋았던 것 같습니다.

 

 

 

 

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묘는 예전에 보았던 나홍진 감독의 <곡성>을 볼 때 느낌이 많이 났었는데요. 곡성에서 느껴졌던 푸르스름한 새벽 볔의 한기와 스산하고 음습한 느낌을 파묘에서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. 다만 곡성과의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곡성이 처음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하나의 무드톤으로 극을 끌고 나갔다면, 파묘는 장르적인 전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반 이후로는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이야기가 전환된다는 것이었는데요. 두 영화의 이런 차이점은 감독들 각자만이 가진 고유한 개성과 색채가 아닐까 싶네요.

 

 

 

 

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이자, 하이라이트라고 한다면 김고은 배우의 탁월한 연기가 아니었나 싶은데요. 대살굿 장면에서는 정말 신들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최고의 몰입연기를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. 이 장면은 김고은의 필모그래피 중에서 계속해서 언급될 명연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. 거기에 최강의 연기력으로 정평이 난 최민식과 유해진 역시 명성에 걸맞은 탁월한 연기를 선보여 파묘만의 입체적인 이야기 구성이 가능하게 된 것 같고, 봉길 역을 연기한 이도현도 작중 미스터리한 캐릭터 역할을 잘 소화해냄으로써 묘벤져스 팀의 절묘한 캐미가 완성된 것 같았습니다.

 

 

 

 

파묘를 보고 난 이후에 개인적으로 들었던 생각은 앞으로 영화관이란 공간의 의미는 영상물을 단순히 관람을 한다는 의미에서, 테마파크처럼 오감을 체험하는 개념이 더 강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 최근 개봉한 영화들의 흥행 추이를 보면 극단적으로 양분화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. OTT의 대중화와 볼거리의 다변화로 영화관에서는 꼭 보고 싶은 영화들만 관람하는 추세가 계속되고, 작은 화면이 보여주지 못하는 체험을 극대화하는 영화들만이 극장에서 높은 흥행 수익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. 아바타 2에서의 거대 아쿠아리움 체험, 탑건에서 보여주었던 하늘을 나는 느낌, 그리고 서울의 봄에서 보여주었던 마치 그 긴박했던 시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몰입도. 파묘에서도 이런 체험적인 부분이 많이 부각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. 스산하고 음습한 느낌을 거대 스크린으로 극대화시켜 체험하는 느낌이 파묘의 폭발적인 흥행을 견인하는 주된 동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.

 

반응형
댓글
공지사항